![[HR인사이트] HR이 한 명인 스타트업에서 AI를 들이며 겪은 것 | 코드프레소 조성민 HR 매니저, 스타트업과 AI, 올바른 AI, 일과 업무](https://framerusercontent.com/images/LUUiedBIDRuixIz97CKIp8Sk5Ss.png?width=1568&height=1003)

<위펀 에디터 노트>
위펀은 HR 실무진분들께 깊이 있는 정보를 전하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를 필진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이번 <HR 인사이트>는 코드프레소 HR을 맡고 계신 조성민 님과 함께했는데요.
조성민 님은 프롭테크, B2B SaaS, 커뮤니티, 페이먼츠 등 다양한 IT 도메인의 초기 스타트업에서 채용부터 평가, 조직문화까지 HR 전반을 경험해 오셨어요. 지금은 IT와 AI가 일하는 방식과 조직 운영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주목하며,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개인과 조직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하고 계십니다.
이번 글에서는 성민님이 AI에게 채용 업무를 맡기며 겪은 시행착오와, 그 끝에 다시 붙들게 된 '왜'라는 질문을 솔직하게 풀어 주셨어요. 적은 인원으로 많은 일을 해내야 하는 스타트업 HR 담당자라면, 성민님의 이야기에서 AI를 '빠르게'가 아니라 '올바르게' 쓰는 실마리를 얻어 가실 수 있을 거예요.
AI에게 업무를 맡기려다, 다시 '왜'를 묻게 됐습니다

올해 초, 클로드 코드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프로젝트 폴더를 하나 만들고 첫 문장을 적었습니다. "채용에서 반복되는 일을 자동화할 수 있는 걸 만들어 줘." 그런데 클로드 코드는 바로 무언가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대신 세 가지를 되물었습니다.

지금 채용은 어떤 순서로 진행되고 있나요?
면접관은 무엇을 근거로 판단하나요?
직무마다 기대하는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초기 스타트업의 HR 담당자는 대부분 한 명이고, 채용 말고도 다양한 영역의 업무를 소화합니다. 공고를 쓰고, 지원자를 정리하고, 면접 일정을 잡고, 결과 메일을 보내는 것으로 하루를 다 쓰고는 하죠. 그러다 보니 면접 기록에서 인사이트를 뽑거나 우리 회사 평가 기준을 정리해서 공유하는 일 등은 수많은 우선순위에 밀려 늘 다음 주로 미뤄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반복 업무를 AI에게 맡기기 시작했고, 지금은 서류 정리·요약부터 면접 가이드, 면접 기록, 주간 보고까지 서른 개 남짓한 작업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필요한 것을 차례대로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만들었다가 버린 것도 있고 기획을 고쳐 처음부터 다시 만든 것도 여러 번입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됐습니다. "나는 이 일을 왜 하고 있지?”
이 글은 스타트업 HR 한 명이 그 질문을 붙들고 AI와 어떻게 일해 왔고, 지금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록입니다.
자동화를 지시했더니, 질문이 돌아왔습니다

막상 AI가 던진 질문에 답하려고 보니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습니다. 특히 "면접관은 무엇을 근거로 판단하는가"에는 자신 있게 답할 수 없었습니다. 예전 회사에서도 면접이 끝난 뒤 리더에게 의견을 물으면 돌아오는 답은 대개 "괜찮은 것 같아요" 아니면 "별로인 것 같아요"였으니까요.
스타트업에서는 리더가 실무를 하면서 면접관까지 맡습니다. 면접이 끝나면 곧바로 다음 미팅에 들어가거나 밀린 업무로 돌아가야 하니, 판단 근거를 두고 논의하기는커녕 적어 둘 틈도 없습니다. 그 근거가 리더 머릿속에만 있는 한, AI에게 넘겨줄 수 있는 것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범위를 좁혀, 막연하고 거창한 자동화 대신 면접 질문을 뽑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마저도 쉽지 않았습니다. AI가 만든 질문은 그럴듯했지만 면접관들은 쓰지 않았거든요. 무엇보다 그 질문으로는 이 사람이 우리 회사에서 성과를 낼 사람인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먼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었습니다. 우리 회사에서 성과를 낸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는지, 예컨대 리더가 말하는 '성장 의지'가 실제로 어떤 행동을 가리키는지부터 꺼내 적었습니다. 무언가를 더 만드는 대신 과거 기록과 커뮤니케이션 이력을 다시 뒤져 근거를 찾았고, 틈날 때마다(정확히는 리더와 마주칠 때마다) 물었습니다. 그렇게 모은 기준으로 질문을 만들어 면접에서 써 보고, 결과를 분석해 질문 은행을 고치고, 구조화 면접 가이드를 보강했습니다.
이제는 "이 포지션 구조화 면접 질문 만들어 줘" 한 줄이면 바로 쓸 수 있는 질문이 나옵니다. 돌아보면 우리에게 부족했던 건 질문이 아니라 기준이었습니다.
면접 가이드는 좋아졌는데, 면접은 그대로였습니다

기준이 생기자 다음 단계는 빨라졌습니다. 이력서 요약, JD를 바탕으로 한 구조화 면접 가이드 작성까지 자동화했습니다. 1차 면접 기록을 바탕으로 2차에서 반드시 확인할 항목과 순서, 답변에 따라 어떻게 더 파고들지까지 담은 가이드도 AI와 함께 만들었습니다. 문서 완성도만 보면 정말 잘 짜인 가이드였습니다.
하지만 실제 면접은 달랐습니다. 어떤 면접에서는 특정 파트에 질문이 몰려 정작 필요한 역량을 검증하지 못했고, 물었지만 답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한 때도 있었습니다. 면접관의 관심사를 따라 대화가 흘러가다 꼭 필요한 질문을 놓친 면접도 있었습니다. 확인하지 못한 항목에는 "레퍼런스 체크에서 확인", “2차 면접에서 재확인”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채 다음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면접 가이드는 왜 필요할까요? 우리 회사에 필요한 사람인지 확인할 것을 빠짐없이 묻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쓰이지 않고 그럴듯한 문서로만 남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1차 면접의 핵심 인사이트를 아무리 잘 정리해도 면접관이 보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게다가 리더나 C레벨이 들어오는 면접이라면 HR이 면접관 교육을 하거나 면접을 주도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결국 다시 '왜'로 돌아갔습니다. 나는 왜 면접 가이드부터 만들었을까? 이 면접은 왜 하는 걸까? 면접관은 왜 이 가이드를 쓰지 않을까? 그 끝에 제가 택한 방법은 "면접 가이드를 읽어 주세요"라는 알림 자동화가 아니었습니다. 면접 5분 전에 시간을 잡고, 이 가이드를 왜 만들었는지 직접 설명했습니다. 가이드가 왜 필요한지, 그 이유가 면접관에게도 의미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였죠. 이 과정이 자리 잡은 뒤라면 알림 자동화도 제 역할을 할 겁니다. 가이드를 읽었는지 체크하는 기능도 그때 붙이면 됩니다.
만들어 놓고 안 쓰이는 보고들도 있었습니다

채용 현황을 리더에게 알리는 일이라면 데일리 보고와 주간 보고가 먼저 떠오릅니다. 저도 처음엔 둘 다 AI를 통해 해당 보고를 만들었습니다. 매일 아침 노션에서 특정 상태를 확인해 "서류 검토 필요", “1차 면접 진행 예정” 같은 항목을 정리해 보내고, 주간 보고에는 이번 주 지원자 현황을 깔끔하게 담았습니다. 데이터를 정리하고 보고 포맷을 만들어 자동화하는 건 AI가 특히 잘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처음 완성했을 때는 꽤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데일리 보고를 받았다고 리더가 매일 서류를 검토했을까요? 우리 회사에서 서류 통과 여부를 정하는 사람은 HR이 아니라 해당 팀의 리더입니다. 영업도 하고 제품도 살펴보는 와중에, 혹은 하루 종일 외부 일정이 있는 날에는 데일리 보고를 열어 볼 여유가 없습니다. 리더가 챙겨야 할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이것 하나뿐인 것도 아닙니다. 여기에 주간 보고까지 더해졌으니까요.
왜 데일리 보고를 하기로 했을까요? 리더에게 검토할 서류와 채용 현황을 잘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렇다면 데일리 보고가 그 목적을 위한 정답이었을까요? 저는 이 질문 앞에 다시 서게 됐습니다.
루틴을 걸어 두자 AI는 한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성실하게 데일리 보고를 보냈습니다. 그 보고가 왜 필요한지 정하지 않은 채 일을 맡긴 건, AI가 아니라 저였습니다.
돌아보니, 스타트업이 늘 해 온 이야기였습니다

세 가지 시행착오는 결국 같은 모양이었습니다. 질문을 만들기 전에 리더가 무엇을 근거로 판단하는지 묻지 않았고, 가이드를 만들기 전에 면접관이 그걸 쓸지 묻지 않았고, 보고를 만들기 전에 리더가 그걸 읽고 무엇을 결정할지 묻지 않았습니다.
정리하고 보니 익숙한 이야기였습니다. 『린 스타트업』이 말하는 것도, 와이콤비네이터가 오래 강조해 온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라"도 결국 무엇을 만들지보다 누구의 어떤 문제를 푸는지가 먼저라는 말입니다. 회사 제품을 볼 때는 늘 그렇게 물으면서, 정작 제 업무에는 묻지 않고 있었던 겁니다.
HR에게 고객은 구성원과 리더입니다. 면접 질문의 고객은 리더였고, 리더에게 필요한 건 질문 목록이 아니라 자기 머릿속 기준을 꺼내 적은 문장이었습니다. 면접 가이드의 고객은 면접관이었고, 면접관에게 필요한 건 잘 짜인 문서보다 이 가이드가 왜 있는지 듣는 5분이었습니다. 데일리 보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리더가 매일 받고 싶었던 건 현황이 아니라 오늘 결정할 서류 한두 건이었습니다.
스타트업에서는 이 기본기가 더 무겁게 다가옵니다. 첫째, 다시 만들 사람이 없습니다. HR 한 명이 만든 보고를 리더가 읽지 않으면, 그걸 알아채고 고칠 사람도 그 HR 한 명뿐입니다. 둘째, 리더의 시간은 회사에서 가장 비싼 자원입니다. 리더의 시간을 더 요구하는 자동화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쓰이지 않습니다. 셋째, 기준이 아직 글로 정리돼 있지 않습니다. 문제를 잘못 정의할 여유도 없는데, 문제를 정의할 기준조차 없는 셈입니다.
AI는 여기에 변수를 하나 더 얹습니다. 무언가를 만드는 비용이 크게 낮아졌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덕에 중간에 "이게 맞나?" 하고 멈춰 설 틈이라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잘못 정의한 문제도 금세 그럴듯한 결과물이 되어 나옵니다. 목적이 불분명했던 데일리 보고가 하루도 빠짐없이 도착했던 것처럼요. 만들기 쉬워진 만큼, '왜'를 건너뛰기도 쉬워졌습니다.
AI를 들이기 전, 스타트업 HR이 던져 볼 세가지 질문

아직 생성형 AI와 일해 보지 않았다면, 클로드 코드든 코덱스든 지금 바로 켜서 시작해 보길 권합니다. 첫 문장은 한 줄이어도 괜찮습니다. 다만 그 한 줄을 던지면서 아래 질문도 함께 떠올려 보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야 묻게 된 질문들입니다.

하나, 이 업무는 왜 하는가.
결과물을 누가 받아서 무엇을 결정하는 데 쓰는지 한 문장으로 적어 봅니다. 적지 못한다면 자동화보다 목적을 정하는 게 먼저입니다. 제게는 데일리 보고가 그랬습니다.
둘, 의도한 대로 쓰이는지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가이드를 만드는 것과, 면접관이 그 가이드대로 묻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만든 뒤 실제로 쓰이는지 확인할 방법까지 정해 두어야 합니다.
셋, 해결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면접 질문이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것과, 면접에서 확인해야 할 것을 실제로 확인하게 되는 것은 다릅니다. 업무는 줄었는데 문제는 그대로일 수 있습니다.
초기 스타트업 HR은 AI로 무엇을 해야 할까

AI를 쓰고 나서 반복 업무는 분명 줄었습니다. 하지만 일하는 시간까지 줄지는 않았습니다. 비워진 자리에 새로 생긴 질문들에 답해야 했으니까요. AI는 머릿속에만 있는 기준으로는 일하지 못합니다. 기준을 글로 꺼내 줘야 움직이고, 막상 꺼내려고 하면 그런 기준이 없었다는 사실부터 드러납니다.
저는 '일'과 '업무'를 나눠서 봅니다. 우리 회사에서 성과를 낼 사람을 뽑는 것이 ‘일’이고, 그 일을 해내기 위한 작업 하나하나가 ‘업무’입니다. 이력서 요약, 질문 추출, 가이드 작성, 보고서 작성 같은 것들이죠. 올해 자동화한 서른 개 남짓한 작업은 모두 ‘업무’ 쪽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업무가 빨라진다고 ‘일’이 되는 건 아니었습니다. 가이드가 금방 나와도 면접관이 그걸로 묻지 않으면 사람을 뽑는 일은 제자리였고, 보고가 매일 와도 리더가 서류를 보지 않으면 채용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꿨습니다. '무엇을 자동화할까'에서 '왜 자동화하는가', 그리고 '줄어든 업무의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로요. 스타트업 HR에게 AI는 모자란 일손을 메워 줄 도구로 먼저 보입니다. 저도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AI에게 맡기기 전에 '왜'를 한 줄로 적어 보면, 생각보다 잘 써지지 않는 업무가 아직 많습니다. AI에게 건넬 첫 문장보다, 그 한 줄을 먼저 써 보시길 권합니다.
AI는 어쩌면 규모가 받쳐 주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리소스가 소중한 스타트업에서 더 빛을 발할지도 몰라요. 여러 명이 나눠 하던 일을 한 명이 해낼 수 있게 해 주니까요. 성민님의 글에서처럼, HR 담당자 한 명이 서른 개 남짓한 작업을 AI와 함께 굴리는 일도 이제는 낯선 풍경이 아닌데요.
하지만 조직의 규모와 상관없이, AI를 다룰 때 꼭 짚어 봐야 할 질문이 있어요. "왜 여기에 AI를 써야 하는가?" AI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 나머지, 정작 그 일을 하는 목적과 이유가 뒤로 밀려나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는거죠. 도구가 목적을 앞지르는 순간, 하루도 빠짐없이 도착하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는 보고서 같은 결과물이 만들어지기 쉬우니까요.
특히 희소한 리소스로 조직을 굴려야 하는 스타트업 HR 담당자라면, AI에게 프롬프트를 건네기 전에 성민님이 공유한 세 가지 질문을 먼저 던져 보길 권해드려요. 이 업무는 왜 하는가, 의도한 대로 쓰이는지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해결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AI 덕분에 일의 속도는 얼마든지 빨라질 수 있어요.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일은 빠르게 가는 것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에요.
위펀은 앞으로도 HR 실무자와 리더들에게 큰 도움이 될만한 인사이트를 찾아 함께 나누겠습니다. <HR 인사이트> 다음 이야기에서도 다시 만나요. 다루었으면 하는 주제가 있다면 언제든 의견 남겨주세요. 😉

Editor: 위펀 브랜드마케팅 하수빈

글
조성민
現 코드프레소 HR 매니저
前 비트바이트 경영지원 매니저
前 헤이컬렉티브 HR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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