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펀 에디터 노트>
위펀은 HR 실무진분들께 깊이 있는 정보를 전하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를 필진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이번 <HR 인사이트>는 기아 HRD 책임매니저이자 서울대학교 교육학 박사 (산업인력개발학과)인 한진규 님과 함께했는데요.
한진규 님은 기업 현장에서 구성원의 학습과 성장을 고민해 온 HRD 실무자로, 최근에는 사내에서 AI 활용 사례를 직접 발표하고 다른 부서와 함께 업무 자동화를 진행하며 AI가 조직에 자리 잡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계세요.
이번 글에서는 '다른 팀이 만든 AI 스킬을 우리 팀도 쓸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한 사람의 AI 노하우가 팀과 조직의 자산으로 퍼지기까지 무엇이 필요한지 차근차근 짚어 주셨어요. AI 활용법은 넘쳐나는데 정작 우리 조직에는 잘 퍼지지 않아 고민이셨다면, 진규님의 이야기에 주목해 보세요!
다른 팀이 만든 AI 스킬, 우리 팀도 사용할 수 있을까?

얼마 전 코엑스 인근에서 열린 차 박람회에 다녀왔습니다. 행사 프로그램을 훑어보다가 ‘AI 시대의 차문화'라는 학술대회 주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차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조차 AI가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회사에서도 비슷한 풍경을 자주 마주합니다. 실무자부터 경영진까지 AI를 이야기하고, 링크드인을 비롯한 SNS에는 새로운 활용법과 자동화 사례가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옵니다. 다른 사람이 만든 결과물을 보고 있으면 '저 방법, 내 업무에도 써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런데 막상 따라 해 보면 시연에서 본 것과는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스킬(AI가 특정 업무를 수행하도록 지침과 자료를 묶어 둔 것) 파일을 내려받았지만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몰라 막히기도 합니다. 몇 번이고 다시 시도하는 사람도 있지만, AI가 아직 낯설다면 '내가 뭘 잘못 쓴 걸까' 싶어 그대로 멈춰 버리기도 합니다.
다른 팀의 AI 활용법을 우리 팀에서도 쓰려면, 파일을 공유받는 것 말고 무엇이 더 필요할까요?
개인의 AI 업무 도구가 팀으로 퍼지기 어려운 이유

자신의 업무를 자동화할 때 우리는 평소 쌓아 온 경험과 판단을 자연스럽게 활용합니다. 어떤 자료를 넣고 어떤 순서로 처리할지, 결과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런 기준이 공유된 파일이나 짧은 시연에 모두 담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만든 사람에게는 너무 익숙해서 굳이 설명하지 않았던 부분이, 처음 쓰는 사람에게는 가장 먼저 막히는 지점이 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최근 사내에서 AI 활용 사례를 발표한 것을 계기로, 다른 부서 담당자와 함께 설문 결과를 분석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업무를 자동화했습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AI를 켜는 것이 아니라 실제 업무의 흐름을 들여다보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과업을 AI에 맡길지 정하기 전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계속 수행할 필요가 있는 일인지부터 확인했습니다.

담당자 재량으로 진행해 왔거나 익숙해서 반복하던 과업도 목적과 필요성을 다시 따져 봤습니다. 없애거나 조정할 부분을 걷어 낸 뒤에야 AI가 수행할 작업과 사람이 판단할 부분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AI에 맡기는 작업에는 처리 기준을 정하고, 결과를 어떻게 확인할지도 함께 설계했습니다.
물론 이 사례를 또 다른 부서에 공유한다면 프롬프트나 코드만 건네서는 안됩니다. 그 안에 담긴 업무의 맥락, 즉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만들었고 어떤 순서와 기준으로 일을 처리하도록 했는지를 함께 전해야 합니다. 그래야 받는 사람도 자신의 업무에 그대로 쓸 부분과 바꿔야 할 부분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다른 팀도 쓸 수 있는 스킬의 조건

그렇다면 다른 팀이 활용할 수 있도록 스킬을 정리할 때는 무엇을 담아야 할까요? 가장 먼저 이 스킬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그 범위를 분명히 알려 줘야 합니다. '설문 분석을 자동화했다'는 설명만으로는 범위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자료 정리에서 끝나는지, 정해진 분석까지 수행하는지, 보고서 초안까지 만들어 주는지에 따라 사용자가 준비해야 할 것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교육 만족도 조사에 쓰던 스킬을 조직문화 진단 결과 분석에 적용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응답 자료를 정리하고 표를 만드는 기능은 그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문항을 묶어 분석할지,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새로 살펴야 합니다. 두 조사는 알고 싶은 것도, 결과를 활용하는 목적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스킬을 공유할 때는 그대로 써도 되는 부분과 사용자가 바꿔야 하는 부분을 구분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자료를 넣을 수 있는지, 분석 기준은 어디에서 바꾸는지, 결과 중 사람이 직접 확인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안내하는 것입니다.
이런 설명에 작업 지침, 참고 자료, 실행 파일을 함께 묶어 두면 다른 팀도 한결 수월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팀의 업무 절차와 판단 기준을 담았다는 의미에서 이를 '팀 스킬'이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필요한 AI 도구와 프로그램, 설치·실행 방법은 README.md 파일에 정리해 두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설문 분석 스킬이라면 입력 자료의 열 이름과 응답 형식을 보여 주는 예시를 함께 제공할 수 있습니다. 예시 결과물에는 '응답 수와 집계 값은 원자료와 대조할 것, 해석과 시사점은 담당자가 검토할 것' 같은 안내를 덧붙여 두면 됩니다.
공유받은 스킬을 우리 팀에 맞추는 과정

이제 입장을 바꿔, 이렇게 정리된 스킬을 다른 부서 담당자가 전달받았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자신의 업무에 적용하려면 우선 팀 안에서 함께 시도해 볼 동료를 찾는 것이 좋습니다. 해당 업무를 잘 아는 사람과 AI 활용에 익숙한 사람이 짝을 이루면, 업무에 필요한 것을 기술로 구현하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처음에는 관심과 의지가 있는 한두 명이면 충분합니다.
함께할 사람이 모였다면 공유받은 스킬과 현재 팀의 업무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 봅니다. 어떤 부분은 그대로 쓸 수 있고, 어떤 부분은 바꿔야 하는지 살피는 것입니다. 기존 업무에서 불필요하게 반복하거나 중복으로 처리하던 일도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같은 교육 설문이나 조직문화 진단이라도 팀마다 필요한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전달받은 스킬은 전체 응답을 요약해 주지만, 우리 팀은 집단별 차이를 확인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스킬을 고치기 전에 리더와 보고 목적부터 맞춰 봅니다. 어떤 비교가 실제로 필요한지, 보고서에 꼭 들어가야 할 내용은 무엇인지 정한 뒤에 스킬에서 조정할 부분을 찾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실무자는 스킬을 적용해 보며 가능한 것과 어려운 것을 확인하고, 리더는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필요한 결과와 판단 기준을 제시합니다. 리더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보고 항목을 줄이거나 검토 순서를 바꾸는 일은 담당자 혼자 결정하기 어렵고, 새로운 방식을 시험해 볼 시간을 확보하고 업무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데도 리더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합의가 되었다면 먼저 업무 하나에 적용해 봅니다. 어느 조사에 사용할지, 누가 스킬을 조정하고 결과를 확인할지, 언제 다시 모여 사용 경험을 돌아볼지 정하면 됩니다. 실행한 뒤에는 자료 준비부터 보고서 검토까지 일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합니다. 초안 작성은 빨라졌는데 수정에 더 많은 시간이 들었다면 보완이 필요하다는 신호입니다. 반대로 결과물의 일관성이 높아지고 반복적인 수정 요청이 줄었다면 의미 있는 변화로 볼 수 있습니다.
적용하면서 정한 기준과 수정한 이유는 팀이 직접 기록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 업무에서도 같은 방법을 쓸 수 있고,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이어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전달받은 스킬에 그 팀의 판단과 경험이 조금씩 더해지면서, 비로소 '우리 팀의 스킬'이 됩니다.
잘하는 사람에게도 동료와 지원이 필요하다

팀 안에서 AI를 함께 적용하기 시작해도, 질문과 수정 요청은 결국 AI에 익숙한 한두 사람에게 몰리기 쉽습니다. 자기 업무를 하면서 오류를 해결하고 동료의 사용까지 돕다 보면, 처음의 의욕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래서 처음 스킬을 만든 사람뿐 아니라 각 팀에서 활용을 돕는 사람의 부담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이들에게도 배우고 기댈 동료가 필요합니다. 우리 팀에서는 처음 겪는 문제라도 다른 부서에서는 이미 해결했을 수 있습니다. 이때 구성원의 학습과 성장을 돕는 HRD 담당자가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업무를 하거나 같은 스킬을 쓰는 구성원을 연결해, 막혔던 지점과 해결 방법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분석 조건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사용 안내에서 어떤 설명을 보완했는지 같은 이야기만 오가도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물론 이런 활동이 지속되려면 리더의 지원이 뒤따라야 합니다. 다른 팀의 질문에 답하고 사용 안내를 보완하는 데에도 분명 시간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 일을 개인의 재량이나 친절, 남는 시간에만 맡겨 둘 수는 없습니다. 학습과 지원에 참여할 시간을 업무 안에서 확보하고, 반복되는 문의를 누가 나누어 맡을지도 정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팀의 경험이 조직의 자산으로 남으려면

동료들과 함께 스킬을 적용하고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처음 공유된 스킬 위에 여러 사람의 경험이 겹겹이 쌓입니다. 이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전사 공유 공간을 마련하고, 어떤 업무에 사용했는지, 무엇을 보완했는지를 스킬과 함께 남겨 두면 좋겠습니다.

공유된 스킬을 필요한 사람이 찾아 쓸 수 있도록 알리는 일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다운로드가 많거나 댓글과 좋아요가 많이 달린 스킬을 정기적으로 골라 사내 뉴스레터로 소개할 수 있습니다. 이때 다른 팀이 어떤 업무에 적용했고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까지 함께 전하면, 읽는 사람도 자기 업무에 활용할 장면을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습니다.
다른 팀이 만든 AI 스킬을 우리 팀이 활용하고, 그 과정에서 보완한 내용을 다시 나누면 다음 팀의 출발은 한결 가벼워집니다. 구성원의 성장을 돕는 HRD가 함께 적용할 동료를 연결하고, 배우고 나누는 데 필요한 시간과 지원을 마련할 때, 비로소 한 사람이 만든 방법이 여러 팀이 함께 쓰는 조직의 자산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오늘도 수많은 채널에서 ‘AI 잘 쓰는 법'에 대한 자료가 쏟아지고 있어요. 프롬프트 모음부터 자동화 템플릿, 바로 쓸 수 있다는 스킬 파일까지 너나 할 것 없이 만들고 나누는데요. 그런데 막상 내려받아 놓고 실제 업무에는 한 번도 써 보지 못한 채 폴더 속에 잠들어 있는 자료, 다들 하나쯤은 있지 않으신가요?
진규님의 글은 그 이유를 정확히 짚어주고 있어요. AI는 도구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그것을 쓰는 사람의 맥락과 인사이트, 경험이 더해질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는 것이죠. 왜 만들었는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가 빠진 채 파일만 건네받으면, 아무리 잘 만든 스킬이라도 남의 도구로 남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AI가 조직에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두 가지가 함께 필요해요. 만든 사람이 결과물에 담긴 맥락과 경험을 충분히 나누고, 받는 사람은 그대로 따라 하는 대신 자기 업무에 맞게 응용해 보는 것. 이렇게 나누고 고쳐 쓰는 과정이 반복될 때, 한 사람의 노하우는 비로소 조직의 역량이 될 수 있어요.
우리 조직에서 AI를 가장 잘 쓰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혹시 그 사람이 혼자 애쓰고 있지는 않나요? 오늘은 그 한 사람의 노하우가 옆 팀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작은 다리 하나를 놓아 보시면 어떨까요.
위펀은 앞으로도 HR 실무자와 리더들에게 큰 도움이 될 인사이트를 찾아 함께 나누겠습니다. <HR 인사이트> 다음 이야기에서도 다시 만나요. 다루었으면 하는 주제가 있다면 언제든 의견 남겨주세요. 😉

Editor: 위펀 커뮤니케이션 하수빈

글
한진규
現 기아 HRD 책임매니저
現 한국평생교육HRD학회 이사
前 콜마비앤에이치 교육문화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