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인사이트] AI 딸깍 시대, 조직도는 왜 그대로인가? (상) | 김준수 패스트파이브 인사총괄, AI와 조직, 조직 관리, AI 전환(AX)](https://framerusercontent.com/images/yE0hUiAQZRGtd9LtQS6goxaxB44.png?width=1672&height=940)

<위펀 에디터 노트>
위펀은 HR 실무진분들께 깊이 있는 정보를 전하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를 필진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이번 <HR 인사이트>는 패스트파이브 인사총괄을 맡고 계신 김준수 님과 함께했는데요.
김준수 님은 LG 전자 임원인사팀/인사기획팀과 원티드랩 HRBP 팀장, 현대차 그룹 42dot 채용 팀장&HRBP, Worxphere CHRO를 거치시며, 다양한 조직에서 인재밀도, Talent mgmt, 체질개선 등을 설계하고 운영해 오셨어요.
특히 대기업, 중견기업과 스타트업까지 실무역량과 HR조직을 리드하셨고요. 준수님의 이야기를 통해 기업 담당자로서 꼭 알아야 할 인사이트를 가득 얻어가실 수 있을 거예요.
AI 전환의 최소 단위는 도구가 아니라 ‘직무’다

요즘 경영진이나 HR 리더를 만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 조직은 AI를 어떻게 더 잘 활용할 수 있을까?
이미 많은 회사가 다양한 AI 도구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AI가 가져온 변화는 단순히 직무별 생산성을 높이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특정 직무만의 일로 여겨졌던 업무를, 이제는 다른 직무에서도 직접 해내기 시작했습니다.
개발자가 아닌 마케터나 HR 담당자가 간단한 코드를 직접 짜고, 데이터를 가공하고, 내부 업무를 자동화합니다. 반대로 개발자는 코드 구현에 머물지 않습니다. 고객의 문제를 정의하고 제품의 우선순위를 고민하며, 기존 PO가 맡던 영역까지 함께 해내는 ‘프로덕트 엔지니어’로서의 역할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때로는 고객과 직접 대화하며 솔루션을 설명하는 기술영업이나 사업개발의 영역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AI가 개인의 업무 범위를 확장시키면서, 직무를 나누던 경계도 빠르게 흐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의문이 이어집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이렇게 달라지고 있는데,
왜 우리 회사의 직무와 조직 구조는 여전히 과거의 직무 경계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을까?
기술은 바뀌었지만 직무기술서는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업무 프로세스도 그대로이고, 필요한 인원과 조직 구조 역시 예전 방식대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쩌면 이상한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많은 회사가 AI 도입을 '일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문제'가 아닌, '구성원 손에 도구 하나를 더 쥐여 주는 일'로만 여겼기 때문입니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사들의 분석도 같은 시사점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딜로이트는 AI 투자에서 기술 자체보다 역할, 업무 흐름, 의사결정 방식, 운영 모델을 함께 재설계한 조직이 더 큰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맥킨지는 많은 기업이 AI로 기존 업무를 더 빨리 처리하고 있지만, 거버넌스와 팀 구성, 역량, 의사결정 구조를 아우르는 운영 모델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합니다. BCG 역시 구성원들이 AI로 상당한 시간을 아끼고 있지만, 많은 조직이 그 시간을 실제 사업 성과로 바꾸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결국 본질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것은 “AI를 얼마나 많이 쓰는가?”가 아닙니다.
AI로 인해 일이 실제로 어떻게 달라졌는가?
여기부터 AI 전환의 출발점을 찾아야 합니다.
AI 전환(AX)의 최소 단위는 도구가 아니라 직무입니다. 그리고 직무를 바꾸려면 직무를 이루는 과업(Task)부터 다시 들여다봐야 합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아직 AI를 생산성의 도구로만 바라본다

지금까지 기업의 AI 도입은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춰 왔습니다. 보고서를 더 빨리 만들고, 이메일 작성 시간을 줄이고, 데이터를 더 빠르게 분석하고, 코드를 더 효율적으로 구성하는 식입니다.
물론 이것도 중요한 변화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생산선이 높아졌다고 해서 조직의 생산성이 동일한 비율로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세 시간 걸리던 보고서를 AI 덕분에 30분 만에 쓸 수 있게 됐다고 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같은 보고서를 만들고, 같은 회의에 참석하고, 같은 결재 단계를 거치고, 같은 방식으로 의사결정하고, 같은 KPI 로 평가받는다면 어떨까요? 조직의 생산성도 그만큼 높아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많은 회사의 AI 전환은 사실상 '생산성 도구'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개인의 기존 업무를 더 빨리 처리하는 것에 그치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업 차원의 전환은 그 다음을 바라봐야 합니다.

도구 → 과업 → 직무 → 업무 흐름 → 운영 모델 → 조직
AI가 과업을 바꾸면, 과업의 변화가 직무를 바꿉니다. 직무 간 역할과 책임이 달라지면 업무 흐름이 달라지고, 의사결정 권한과 자원 배분 방식이 바뀌며, 결국 운영 모델과 조직 구조까지 바뀌게 됩니다.
그래서 조직도는 AI 전환의 출발점이 아니라, 가장 마지막에 드러나는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조직도가 아닌 ‘과업’부터 뜯어봐야 한다

우리는 조직개편을 할 때 가장 먼저 조직도를 그립니다. 어떤 팀을 합치고 어떤 팀을 나눌지, 누구에게 어떤 조직을 맡길지, 인원을 몇 명으로 가져갈지를 먼저 논의합니다.
하지만 AI 시대의 조직 설계는 거꾸로 접근해야 합니다. '조직 → 직무 → 과업'이 아니라 '과업 → 직무 → 조직' 순서로 봐야 합니다.
조직도는 눈에 잘 보이고 책임 관계를 드러내기 때문에 가장 먼저 손대기 쉽습니다. 하지만 일하는 절차와 구성원의 행동이 그대로라면, 조직도를 바꿔도 비효율은 다시 돌아옵니다.
그러니 조직을 바꾸기 전에, 가치가 실제로 만들어지는 업무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먼저 돌아봐야 합니다.
'채용담당자'라는 직무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예전에는 후보자 검색, 이력서 검토, 일정 조율, 후보자 커뮤니케이션, 인터뷰, 평가 정리, 데이터 분석, 처우 협상까지 한 사람이 폭넓은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후보자 탐색은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면접 기록과 요약은 상당 부분 자동화할 수 있으며, 채용 데이터 분석도 훨씬 빨라졌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채용담당자는 필요 없어지는 것일까요? 이러한 질문이 다음으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AI가 할 수 있는 업무를 덜어 내고 나면,
앞으로 채용담당자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후보자를 많이 찾아내는 능력보다 더 중요해질 능력들이 있습니다. ‘사업에 필요한 인재가 누구인지 정의하는 능력, 채용 부서장과 함께 성공적인 인재상을 설계하는 능력, 후보자가 실제로 보여 준 행동을 근거로 역량을 판단하는 능력, 그리고 핵심 후보자를 설득해 최종 합류까지 이끄는 능력’입니다.
직무명은 같아도 직무의 무게중심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직무 재설계는 과업을 다시 나누는 데서 시작한다

그렇다면 직무는 어떻게 다시 설계해야 할까요? 저는 하나의 직무를 놓고 그 안의 과업을 세 가지로 나눠 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 자동화(Automate): AI가 대부분 맡아도 되는 일은 무엇인가. 반복적이고, 규칙이 명확하며, 결과를 비교적 쉽게 검증할 수 있는 업무입니다.
• 증강(Augment): AI와 사람이 함께할 때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AI가 정보를 모으고 초안을 만들거나 시뮬레이션을 돌리면, 사람이 맥락을 판단하고 방향을 정하는 영역입니다.
• 사람의 영역(Human): 사람이 끝까지 판단하고 책임져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문제 정의, 우선순위 결정, 이해관계자 조율, 관계 형성, 예외 상황 판단, 윤리적 판단, 최종 의사결정 같은 영역입니다.
이렇게 분류하면 직무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이 직무에 정말 지금만큼의 인원이 필요한가?
이 직무의 연차 구성은 지금과 같아야 하는가?
기존에 나뉘어 있던 직무 간 경계는 여전히 필요한가?
누가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바로 이 질문들에서 직무 재설계가 조직 설계로 넘어가기 시작합니다.
AI는 직무뿐 아니라 ‘직무 사이의 경계’도 바꾸고 있다

AI가 과업을 바꾸면 직무 자체만 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직무와 직무 사이의 경계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업무를 세분화했습니다. 개발 조직은 프론트엔드, 백엔드, 안드로이드, iOS로, 마케팅 조직은 브랜드, 퍼포먼스, 콘텐츠, CRM으로 세분화됐습니다. HR 역시 채용, 인사관리(HRM), 인재개발(HRD), 조직문화로 나뉘어 왔습니다.
그런데 AI가 실행의 상당 부분을 거들기 시작하면서, 한 사람이 맡을 수 있는 업무 범위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HR 역시 운영과 제도 설계를 넘어 데이터를 직접 다루고, 업무 흐름을 자동화하고, 현업과 함께 조직의 생산성을 설계하는 역할로 넓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AI의 결과물을 검증·조정하고 여러 AI 에이전트를 조율하는, 새로운 전문성이 필요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쌓이면 질문도 자연스럽게 변화합니다.
“이 기능은 왜 이렇게 나뉘어 있어야 하는가?”
딜로이트도 최근 Human Capital Trends 에서 기능 조직의 경계를 넘나드는 조직 운영을 주요 과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앞으로 조직은 직함이나 기능만을 기준으로 꾸려지기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지를 중심으로 더 유연하게 설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AI가 벌어 준 시간을 어디에 쓸 것인가

AI 전환을 조직의 생산성과 연결할 때,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이것입니다.
AI가 벌어 준 업무 시간은 어디서 쓰이고 있는가?
AI 를 활용하면 많은 업무에서 상당한 시간이 절감됩니다. 그렇다면 경영진이 확인해야 할 것은 AI 사용률만이 아닙니다. 그렇게 생긴 시간을 어디에 쓰고 있느냐입니다.
그 시간에 보고서를 하나 더 만들고 있는지, 회의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인지, 아니면 고객을 만나고,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 문제를 정의하고, 더 나은 결정을 하 데 사용하고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시간을 얼마나 줄였는가?"보다 "줄인 시간을 어디에 다시 투자했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AI가 만들어 준 여력을 더 큰 가치를 만드는 일로 옮기지 못하면, 개인의 생산성 향상은 조직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운영 모델까지 바꾸어야 한다

바로 여기서 AI는 HR이나 IT 부서의 도구 도입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운영 모델 문제가 됩니다.
맥킨지는 AI로 실제 경쟁 우위를 얻는 힘은 기술 자체보다 일하는 방식과 의사결정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데서 나온다고 설명합니다. 여러 AI 기반 도구를 도입했음에도 전사 차원의 성과가 제한적인 이유는 기술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기존 운영 모델을 그대로 두었기 때문입니다.
BCG 역시 기존 업무 흐름 위에 AI를 얹는 것만으로는 개선의 정도가 미미할 것이라 말합니다. AI로 큰 가치를 만드는 조직은 도구를 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업무 프로세스 전체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합니다.
결국 완벽한 AI 전환을 위해서는 다음 질문들을 고민해야 합니다.

어떤 업무를 없앨 수 있는가
어떤 업무를 AI 에 넘길 수 있는가
사람과 부서 사이에서 일을 넘겨주는 단계 중 무엇을 없앨 수 있는가
어떤 의사결정을 더 빠르게 내릴 수 있는가
어떤 의사결정 권한을 현장으로 옮길 수 있는가
더 이상 필요 없는 관리 단계는 무엇인가
사람이 최종적으로 책임져야 할 판단은 무엇인가
AI로 절감된 리소스는 어디에 다시 활용할 것인가
AI를 도입하고도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면, AI는 기존 비효율을 없애는 기술이 아니라 기존 비효율을 더 빠르게 반복하는 장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조직도보다 먼저 봐야 하는 것

직무와 업무 흐름이 달라지면 조직 구조도 자연스럽게 바뀝니다. AI가 정보 취합과 반복적인 업무를 맡게 되면 관리자가 해야 할 일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관리자의 역할도 달라져야 합니다. 정보를 모아 위로 전달하는 사람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사람과 AI에게 일을 나누고, 결정을 내리고, 구성원을 코칭하며, 최종 결과에 책임지는 사람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이 변화는 자연스럽게 관리 범위(Span of Control)와 조직 계층(Layer)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중요한 것은 "AI를 도입했으니 조직을 수평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식의 단순한 결론이 아닙니다.
직무와 의사결정 구조가 바뀐 상황에서도 기존 계층이 여전히 필요한지 다시 확인하는 것
조직도는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서 바뀌어야 합니다.
AI의 발전 속도는 우리가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빨라졌어요. 이제는 한 사람이 여러 사람 몫의 일을 거뜬히 쳐내는 모습도 더 이상 낯설지 않은데요.
하지만 일이라는 것은 본래 '쳐내는 것'이 아니라 '해내는 것'이에요. 주어진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는 것과, 그 일로 풀어야 할 문제를 끝내 해결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니까요. AI를 도입한 지금, 우리는 더 많은 일을 쳐내는 데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때라고 할 수 있어요.
HR 담당자의 시선 역시 마찬가지예요. 구성원이 일을 '얼마나 수행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해결했는가'로 바라보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할 때인거죠.
이어지는 (하)편에서는 이 질문을 HR의 자리로 가져와, AI 전환 속에서 HR의 역할과 채용·평가·육성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살펴볼게요!
위펀은 앞으로도 HR 실무자와 리더들에게 큰 도움이 될만한 인사이트를 찾아 함께 나누겠습니다.
<HR 인사이트> 다음 이야기에서도 다시 만나요. 다루었으면 하는 주제가 있다면 언제든 의견 남겨주세요. 😉

Editor: 위펀 브랜드마케팅 하수빈
글
김준수
現 패스트파이브 인사총괄
前 Worxphere(구 JOBKOREA) CHRO (가치성장본부/본부장)
前 현대차그룹 42dot 채용팀장 & HRBP
前 원티드랩 HRBP 팀장
前 LG전자 임원인사팀/인사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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