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인사이트] 호칭을 바꾼다고 기업의 조직문화가 달라질까? | 변상원 섹타나인 인사총무팀, 수평적인 조직문화, 직급과 역량](https://framerusercontent.com/images/TSOBao4PZC98fj4Vpiqg7DAIA.png?width=1672&height=941)

<위펀 에디터 노트>
위펀은 HR 실무진분들께 깊이 있는 정보를 전하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를 필진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이번 <HR 인사이트>는 섹타나인의 인사총무팀장 변상원 님과 함께했는데요.
변상원 님은 제조·유통 중심의 그룹에 속한 IT 기업에서 15년간 채용·평가·보상·조직문화·총무 등 다양한 영역의 HR 업무를 소화해 오셨어요. 최근에는 AI를 활용한 업무 자동화까지 직접 구축하며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업무 환경 조성을 위해 힘쓰고 계시답니다.
그중에서도 상원 님이 가장 깊이 파고든 주제는 수평적 조직문화인데요. 호칭을 바꾸는 것부터 직급 체계를 새로 짜는 것까지, 섹타나인에서 직접 실행하고 부딪히며 배운 인사이트를 이번 이야기에 담았습니다. 조직문화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함께 풀어나가실 수 있을 거예요.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

여러 기업을 거치며 사람도, 일하는 방식도 빠르게 변하는데, 조직을 움직이는 기준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고는 합니다. 그럴 때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질문은 하나였습니다.

“담당자는 수평적인 조직을 만들고 있다고 말하는데, 왜 구성원은 여전히 수직적인 조직을 경험할까?”
많은 기업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호칭을 바꿉니다. '님'으로, '프로'로, 영어 이름으로.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이 고민은 좀처럼 풀리지 않습니다. 발언권은 여전히 연차 높은 사람에게 있고, 중요한 일은 여전히 고참에게 돌아가며, 젊은 구성원은 여전히 듣는 자리에 머뭅니다. 결국 달라진 것은 사람을 부르는 방식일 뿐, 기회가 흐르는 방향은 아니었던 겁니다.
그래서 저는 더 본질적인 질문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서로를 편하게 부를 수 있는 환경만으로 수평적인 문화를 만들 수 있는가?
수평적인 문화를 가진 구조는 실제로 어떤 모습일까?”
AI가 일하는 방식을 통째로 바꾸고 있는 지금, 이 질문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기술의 유효기간이 짧아질수록 연차와 역량의 간격은 벌어지는데, 정작 기회와 책임은 여전히 연차를 따라 흐르는 조직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 물음에 대한 제 나름의 답은 이렇습니다. 수평적 조직문화란직급과 나이가 아닌 역량과 가능성을 기준으로 업무와 기회가 배분되는 구조.
이번 글에서는 ‘호칭 통일’부터 ‘직급 블라인드’까지, 수평적 조직문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제가 실제로 고민하고 시도했던 과정과 그 속에서 배웠던 것들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수평적 문화를 고민하고 있는 HR 담당자라면, 우리 기업의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왜 직급이 아니라 역량인가

섹타나인은 멤버십 플랫폼과 페이먼트, ITO 등 디지털 비즈니스를 하는 IT 기업입니다. 업계 특성상 기술의 유효기간이 매우 짧습니다. 과거의 화려한 경력이 오늘의 뛰어난 성과를 보장해주지 않고, 오히려 연차가 낮아도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흡수한 구성원이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런데도 조직 운영 방식이 여전히 '연차가 높으니 중요한 일을 맡기고, 연차가 낮으니 기다리게 하는' 구조라면 어떨까요? 조직은 가장 역량 있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오래 있었던 사람에게 기회를 몰아주게 됩니다. 이건 공정의 문제이기 전에 경쟁력의 문제입니다. 역량과 기회가 어긋난 조직이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결국 제가 정의하는 수평적 조직문화의 목적은 하나로 좁혀집니다. 직급이나 나이로 사람의 가능성을 미리 재단하지 않는 것. 누구든 역량을 증명하면, 연차와 관계없이 목소리를 내고 중요한 일에 도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호칭 통일’에서 '직급 블라인드'까지

섹타나인 역시 가장 먼저 손댄 것은 호칭과 직급 체계였습니다.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으로 이어지던 호칭을 '프로'로 통일하고, 직급은 세 단계로 단순화했습니다. '프로'는 서열을 지우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직급과 상관없이 모두가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호칭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부르는 이름이 달라져도 일을 맡기는 기준이 그대로라면, 조직이 경험하는 위계는 결국 달라지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직급 블라인드'를 도입해 위계라는 개념을 지우고자 했습니다. 섹타나인은 대표이사와 인사팀을 제외하면, 팀장도 임원도 구성원의 세부 직급과 입사 연차를 알 수 없습니다. 업무를 배분하고 의견을 들을 때 남는 것은 오직 그 사람의 역량과 성과뿐입니다.
도입 초기엔 낯설어하는 구성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역량 중심으로 업무와 기회가 배분되는 문화가 자리를 잡았고, 특히 젊은 구성원들은 연차와 상관없이 중요한 업무에 도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매우 반겼습니다.
물론 현실의 벽도 있었습니다. 그룹의 급여체계가 승진과 연계돼 있어 직급 자체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거든요. 직급을 '폐지'하는 대신 '보이지 않게' 만드는 직급 블라인드를 선택한 것도 그러한 이유였습니다.
반대로 직급이 부족해서 새로 만든 경우도 있었습니다. 외부 핵심 인재를 영입하려면 임원급 처우가 필요한데 그룹 기준으로는 줄 수 없었고, 그래서 섹타나인만의 '담당' 직급을 신설해 내부에서는 임원과 같은 역할과 처우를 받도록 제도의 틈을 메웠습니다.
없앨 수 없다면 가리고, 부족하다면 만들면 됩니다. 이 과정에서 배운 건 명확했습니다. 제도는 이상적인 조직을 그대로 옮겨놓는 게 아니라, 현실의 제약 안에서 우리가 원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도구라는 것. 모든 걸 한 번에 바꿀 수 없다면, 지금 가능한 것부터 바꾸고 계속 개선해나가면 됩니다.
구조의 변화, 따라오는 업무 방식

호칭과 직급을 바꾸는 건 시작일 뿐입니다. 역량 중심의 구조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평가와 소통과 일하는 방식이 같은 방향을 향해야 합니다.

먼저 평가를 상대평가에서 세미 절대평가로 전환했습니다. 정해진 비율에 사람을 끼워 맞추는 순간, 구성원은 동료를 경쟁자로 마주하게 됩니다. 역량 있는 사람이 목소리를 내려면, 좋은 성과가 동료의 몫을 빼앗지 않고도 인정받는 구조가 먼저 필요했습니다.
리더의 일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했습니다. 직급 블라인드 도입 이후, 리더는 업무를 배분할 때 '누가 선임인가'라는 익숙한 잣대를 쓸 수 없게 됐습니다. 처음엔 불편해하던 리더들도, 이제는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지금 무엇을 잘하고 무엇에 도전하고 싶어 하는 지를 훨씬 자주 묻고 기록합니다. 연차라는 지름길이 사라지자, 리더가 사람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 겁니다. 여기에 익명 타운홀과 주니어보드 같은 소통 채널로, 구성원 누구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를 열어두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방향성을 리더와 구성원이 함께 '우리의 일하는 방식'으로 문서화했습니다. 초안을 HR팀에서 만들어 공유하지 않고, 각 부서의 리더와 구성원이 직접 문장을 고르고 다듬었습니다.
완성된 문서보다 값진 건 '구성원 모두가 함께 참여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위에서 떨어진 규정은 지키라고 해도 좀처럼 지켜지지 않지만, 모두가 함께 합의한 약속은 스스로 지키게 되니까요.
평가를 바꾸고, 리더가 사람을 보는 방식을 바꾸고, 소통의 통로를 열고, 이 모든 걸 함께 문서화하고 나서야 저는 한 가지를 확인했습니다. 수평적 문화는 하나의 제도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 호칭, 평가, 소통, 일하는 방식이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 비로소 구성원은 그것을 '문화'로 경험합니다.
수평적 조직문화에 대한 오해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려 할 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수평적 조직문화는 위계가 사라진 조직도, 아무도 결정하지 않는 조직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발언의 기회는 수평적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의사결정과 책임은 오히려 더 명확해야 합니다. 누구든 근거를 갖고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지만, 그 의견을 들은 뒤 결정하고 결과를 책임지는 건 여전히 리더의 몫입니다.
이 둘을 헷갈리는 순간, 수평은 오히려 조직을 망칩니다. 발언권과 결정권을 같은 것으로 여기면 회의는 길어지고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습니다. 모두가 말할 수 있지만 누구도 최종 판단을 내리지 않는, 방향을 잃은 조직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수평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리더의 역할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리더가 '직급이 높아서'가 아니라 '판단하고 책임지는 사람이어서' 존중받게 만드는 것. 수평적 문화를 고민하는 조직이라면, 발언의 구조와 결정의 구조를 분리해서 설계하시길 권합니다.
조직문화는 구호가 아니라 매일의 운영 방식

조직문화는 프로그램도, 슬로건도 아닙니다. 구성원이 매일 경험하는 운영 방식, 그 자체입니다. 어떤 호칭으로 불리는지, 어떤 기준으로 일이 주어지는지, 의견을 냈을 때 무엇이 돌아오는지. 이 일상의 경험이 쌓여 문화가 됩니다. 조직문화를 바꾸고 싶다면, 전반적인 운영 방식을 돌아봐야 합니다.
이 글을 읽는 HR 담당자분들께 세 가지를 꼭 제안하고 싶습니다.

첫째, 우리 조직에서 연차가 역량을 가리고 있는 지점을 하나 찾아보십시오.
회의에서 누가 먼저 발언하는지, 중요한 프로젝트가 누구에게 가는지, 새로운 역할에 누가 가장 먼저 기회를 얻는지. 한 달만 유심히 지켜봐도, 조직이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보고 있는지 드러납니다.
둘째, 완벽한 마스터플랜을 기다리지 말고 바꿀 수 있는 것 하나부터 시작하십시오.
저 역시 완성된 그림을 갖고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호칭을 바꾸는 데서 출발해 직급을 단순화하고, 직급 블라인드를 도입하고, 현실적인 제약 안에서 '담당' 직급을 신설하는 식으로 한 걸음씩 나아갔습니다. 중요한 건 한 번에 모든 걸 바꾸는 게 아니라, 조직이 사람을 보는 기준을 하나씩 바꿔가는 것입니다.
셋째, 제도를 만든 뒤엔 구성원의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계속 다듬으십시오.
제도는 도입하는 순간 끝나지 않습니다. 의도했던 대로 제대로 작동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습니다. 구성원이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어떤 변화에서 실제로 기회를 느끼는지 듣고 다시 고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조직문화의 변화는 거창한 선언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만 쉽게 주어졌던 기회가 다른 누군가에게도 돌아가는 순간, 조직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조직문화의 변화는 거창한 선언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만 쉽게 주어졌던 기회가 다른 누군가에게도 돌아가는 순간, 조직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지난 15년간 HR 현장에서 여러 제도와 변화를 고민하며 제가 배운 것도 결국 이 한 가지였습니다. 문화는 '무엇을 바꿨는가'가 아니라 '구성원이 무엇을 다르게 경험하게 되었는가'로 증명된다는 것.
오늘 우리 조직은 지금 가장 필요한 역량을 가진 사람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있나요?
가장 높은 직급의 사람이 아니라, 가장 가까이에서 문제를 본 사람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인가요?
조직문화를 바꾸는 일은, 어쩌면 이 질문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님'과 '프로' 사이 어딘가에서, 많은 조직의 수평적 조직문화 실험은 멈춰버리곤 합니다. 호칭을 바꾸는 순간 할 일을 다 했다고 느끼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상원 님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진짜 변화는 그다음부터 시작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섹타나인의 여정은 단순하지 않았어요. 호칭을 '프로'로 통일하는 것에서 출발해, 직급 자체를 가리는 '직급 블라인드'를 도입하고, 여기서 그치지 않고 평가 방식과 리더의 일하는 방식, 소통 구조까지 함께 바꿔나갔죠. 어느 하나만 바꿔서는 회의실 풍경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직접 부딪히며 확인한 셈인데요.
이 글을 읽고 계신 HR 담당자분이라면, 오늘 하루만이라도 우리 조직의 회의실을 유심히 들여다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누가 먼저 말하는지, 중요한 일이 누구에게 가는지. 그 안에 우리 조직이 정말로 무엇을 기준 삼고 있는지에 대한 답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위펀은 앞으로도 현장의 HR 담당자분들이 직접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은 인사이트를 계속 전해드릴게요.
<HR 인사이트> 다음 이야기에서도 다시 만나요.
다루었으면 하는 주제가 있다면 언제든 의견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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